철학이 없는 기술의 진보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
스스로 뛰어난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하는 칼렙, 천재 프로그래머 네이든, 인조인간 에이바.
천재 네이든은 13살에 검색엔진 블루북의 소스코드를 만들었다. 블루북은 현재 검색엔진 점유율 80프로 이상인 독점 기업이다. 칼렙은 블루북의 프로그래머인데 추첨에 당첨되어 네이든의 저택에서 일주일 간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네이든의 저택은 비행기로 이동 후 헬기로 2시간을 넘게 이동할 만큼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헬기로 이동한 모든 땅이 네이든의 땅이다. 네이든의 저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내부는 심플하다. 이를테면 깍아지른 암석의 곡선을 따라 유리창이 나 있고, 내부의 장식은 추상화 정도이다.
네이든은 똑똑하고 교활하다. 영어를 못하는 비서이자 성적 노리개였던 교쿄는 알고 보니 로봇이었다. 교쿄를 통해 성적 쾌락을 해결했다는 것인데, 놀랄만큼 정교한 인간 피부의 재현을 감안하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로봇을 통한 성적 쾌락의 만족은 자위 기구를 통해 그것을 해소하는 외톨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놀랄만큼 이성적인 네이든은 곁에 여성을 둠으로써 발생하는 사랑, 갈등, 화해, 대화 등 인간적인 가치를 낭비라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신의 갈증을 불만 없이 효율적으로 해결해주는 도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네이든이 칼에 찔리는 모습도 로봇의 느낌이 묻어난다. 힘을 가해야 칼을 찌르는 것이 가능하고, 머뭇거리다가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행동을 주춤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힘껏 칼을 찌른다. 네이든은 유일한 탈출구였던 칼렙을 교활하게 이용한 에이바를 두고 완벽한 인공지능이라 인정하지만 네이든을 살해하는 에이바의 모습은 그냥 로봇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일말의 감정적인 혼란도 없이 기계적으로 실행되는 로봇일 뿐이다. 인간의 감정을 근사하게 흉내내는 로봇인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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