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일 목요일

[드라마] 앵그리맘

엄마가 화났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던 딸이 충격으로 인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끝내 입원한다. 온몸에 멍자국이 선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걱정에 넘어진 것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딸이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다.
학교 선생은 가해자의 부모님이 높은 신분에 있으니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전학을 권유한다. 민원을 접수하려고 해도 본인의 진술이나 확실한 증거, 목격자 등이 있어야 접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법은 가해자에게 관대하다. 법정을 빠져나온 가해자들은 속죄의 코스프레를 끝내고 더 큰 폭력으로 피해자를 위협한다. 법은 이런 2차 3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온전히 지켜내기 버겁다. 모든 게 하나 같이 허술하다. 허술한 시스템으로 피해자는 구원 받을 곳이 없다.
엄마는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하여 학교에 잠입한다. 이게 대략적인 스토리다.

우선 웃기다. 그리고 진행이 빠르다. 직설적이고 B급 영화의 정서가 묻어난다. 나 이런 거 좋아한다.
김희선의 연기는 봐줄만하다. 애를 가져서인지 어머니의 딸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다. 그리고 왕년에 좀 놀았던 아지메 이미지와 김희선은 딱 어울린다.

폭력을 방관할 뿐 아니라 조장하는 학교의 선생님. 교육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일갈을 날린다. 이건 뭐 기업이나 학교나 다를 바가 뭐야? 아이들은 무슨 죄인데?

"힘이 있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선생님의 역할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찬성하는가?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갑을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힘(힘은 권력, 물리적 능력, 재력 등 다양한 의미일 수 있다)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상한 결론이 나왔다. 선생님의 역할은 힘의 논리가 학생들에게 성립되지 않도록 올바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절히 운영하는 것이다. 애초에 학교와 힘은 부적절한 조합이다.

"왜 내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거야" 엄마의 외침은 애절하지만 고독하다. 입 있는 자들은 모두 권력의 곁에 서 있다. 연출된 상황이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엄마의 울부짖음과 먹먹함은 가슴을 울린다. 김희선은 발음과 발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연기자로 성장한 것 같다. 결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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