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일 목요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은근 웃기다.
모순과 위선, 허례허식으로 덧칠된 상류 사회 속살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며 비판했던 밀회의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비슷한 걸 기대했다. 그런데 조금 달랐다.
비슷한 모습의 상류 사회지만 이들은 좀 더 지식층이다. 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귀여운 구석이 보이도록 그려지고 있고 하나의 작은 봉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한정호의 집에서 귀족과 농노는 모두 자신의 신분에서 만족하며 나름의 삶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처럼 비춰지는 건 좀 불편하다. 한정호가 겉으로는 요즘 시대에 귀족이 어디 있냐고 말하면서도 집안 사람들에게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그 시대의 사고 방식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민주 사회에서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북하지 않게 그려내는것이거북하다.
상류층 뒷이야기를 소상히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풍자 속에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비범한 평민 서 봄이 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뭘 보이고자 하는 것일까? 서민 소녀의 성장기를 소소한 재미로 그려낸 데서 그칠 것인가?
밀회와 같이 몰입시킬만한 격정적인 무엇이 결예되어있다. 밀회의 피아노 듀엣은 섹스보자 더 섹스어필하는 느낌을 충만하게 줬다.

[드라마] 앵그리맘

엄마가 화났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던 딸이 충격으로 인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끝내 입원한다. 온몸에 멍자국이 선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를 걱정에 넘어진 것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딸이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다.
학교 선생은 가해자의 부모님이 높은 신분에 있으니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전학을 권유한다. 민원을 접수하려고 해도 본인의 진술이나 확실한 증거, 목격자 등이 있어야 접수가 가능하다고 한다. 법은 가해자에게 관대하다. 법정을 빠져나온 가해자들은 속죄의 코스프레를 끝내고 더 큰 폭력으로 피해자를 위협한다. 법은 이런 2차 3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온전히 지켜내기 버겁다. 모든 게 하나 같이 허술하다. 허술한 시스템으로 피해자는 구원 받을 곳이 없다.
엄마는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하여 학교에 잠입한다. 이게 대략적인 스토리다.

우선 웃기다. 그리고 진행이 빠르다. 직설적이고 B급 영화의 정서가 묻어난다. 나 이런 거 좋아한다.
김희선의 연기는 봐줄만하다. 애를 가져서인지 어머니의 딸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다. 그리고 왕년에 좀 놀았던 아지메 이미지와 김희선은 딱 어울린다.

폭력을 방관할 뿐 아니라 조장하는 학교의 선생님. 교육이 아닌 정치를 하고 있는 선생님에 대한 일갈을 날린다. 이건 뭐 기업이나 학교나 다를 바가 뭐야? 아이들은 무슨 죄인데?

"힘이 있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선생님의 역할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힘없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찬성하는가? 이런 주장의 근저에는 갑을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힘(힘은 권력, 물리적 능력, 재력 등 다양한 의미일 수 있다)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괴롭히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상한 결론이 나왔다. 선생님의 역할은 힘의 논리가 학생들에게 성립되지 않도록 올바른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절히 운영하는 것이다. 애초에 학교와 힘은 부적절한 조합이다.

"왜 내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거야" 엄마의 외침은 애절하지만 고독하다. 입 있는 자들은 모두 권력의 곁에 서 있다. 연출된 상황이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엄마의 울부짖음과 먹먹함은 가슴을 울린다. 김희선은 발음과 발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연기자로 성장한 것 같다. 결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