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누나 따라서 봤다. 이젠 내가 챙겨본다.
클래식 음악이 흥미롭다. 특히 주제곡에서 바이올린의 외줄타는듯한 갸냘파서 끊길듯 위태로운 선율이 밀회의 긴장감을 돋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파가니니 협주곡은 고전 클래식과 판이한 기교 넘치고 역동적인 연주 장면과 선율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연기가 뛰어나 극 몰입도를 높여준다.
김희애는 감수성이 남달라 보인다. 오혜원은 성공을 위해 달려왔고, 뭇사람 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누리고 있다. 이는 주변 지인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결국 부자들의 시녀에 불과하고 몸과 머리를 팔아 순간순간을 외줄타야하는 본인의 초라함에 문득 밀려오는 자괴감은 더욱 깊어만 간다. 내가 원하던 인생은 이런것이었을까.
이런 상황에 놓인 예민하고 일중독자이고 이성적인 중년 여성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남편과의 생활조차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진다. 각 침대를 쓰고 아이도 없다. 인간적인 감성에 호소할만한 친구라고는 가끔씩 만나는 대학 동기들 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마음 터넣고 얘기할 순 없다. 좁은 바닥이기 때문이다. 사방이 꽉 막힌 감시당하고 있는 드싼 갑갑함이다. 탈출구가 필요한게지.
유아인은 김희애와 대척점에 서 있다.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젊은 시절 김희애를 닮은 피아노 연주 실력이다. 오혜원은 본인이 잃어버린 것들과 되찾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망, 현실에 대한 탈출구로 이선재를 바라본다. 고독해서 쓰러지기 직전인 자신을 이선재에게 기댄다. 유아인의 피아노 연주 모습을 보느라면 감탄사가 나온다. 표정, 손짓, 박자를 따라가는 모습은 실제 연주자라고 봐도 무방한 듯 하다. 얼마나 많이 연구했을까.
상류층 사회의 정 떨어지는 모습, 클래식 음악계의 권위적인 관행, 실력은 사라지고 정치가 들어선 대학 교정, 질투와 시기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교묘한 세트장과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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